

"298만원도 파격적인 금액이지만 회사측과 협의해 275만원에 판매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최근 모 의사 커뮤니티 사이트에 냉·온열조합미용기 크라이오셀을 공동구매한다는 글이 등록됐다. 2년 전에 550만원 하던 기계였지만 반값에 공동구매가 진행된다는 말에 커뮤니티는 들썩였다.
공동구매 글을 작성한 사람은 의사로 자신을 소개했고, 업체와는 무관한 것처럼 사람들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이는 모두 거짓이었다. 의사 아이디를 도용한 업체가 의사인 것처럼 속여 공동구매를 진행한 것이다. 이 업체는 크라이오셀의 무허가 카피 기기를 정품으로 둔갑시켜 팔려다가 덜미를 잡힌 것이다.
▲ SJ무역이 사실 관계를 밝혀달라며 보내온 공동구매 원글 캡쳐 사진. 원글이 없어지자 M의료기기 업체는 자신이 글을 등록한 적 없다고 발뺌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일산에서 피부과를 운영하고 있는 최 원장은 평소 안면이 있던 M의료기기 도매 업체를 위해 6개월 가량 기기 사용 강연을 해줬다.
그런던 차에 M의료기기 업체는 의사 커뮤니티 사이트에 강연 장소와 일정을 공지해야 하니 최 원장에게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달라 했다. 최 원장은 의심없이 업체에 알려줬다. 문제가 터진 건 지난 2일이었다.
최 원장이 의사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자신이 등록한 것으로 보이는 글을 본 것이다. 작성자는 자신으로 돼 있지만 정작 자신은 쓴 적이 없는 글이었다. 내용은 자신을 통하면 크라이오셀을 시가보다 40%나 할인된 가격인 275만원에 공동구매를 할 수 있다고 써 있었다.
아차 싶었다. 최 원장은 M의료기 업체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줬던 게 생각났다. M의료기기 업체는 최 원장에게 아무런 언질없이 아이디를 도용해 공동구매 하겠다는 글을 등록한 것이다.
하지만 이건 문제의 시작에 불과했다. 화가 난 최 원장은 크라이오셀 측에 전화를 해 사건이 경위를 물었고, 더 황당한 말을 들었다. M의료기기 업체는 크라이오셀과 전혀 무관한 업체라는 것.
다시말해 M의료기기 업체는 크라이오셀의 총판계약자가 아니었다. 기기도 없으면서 마치 기기가 있는 듯 공동구매를 진행한 것이었다. 돈만 입금 받고 도망가면 꼼짝없이 최 원장이 사기꾼으로 몰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최 원장은 글을 삭제하고 해명 글을 올려달라고 크라이오셀 측에 요청했다. 크라이오셀 측은 해명 글을 올려 "크라이오셀은 부천에있는 SJ무역이라는 회사가 6년전부터 제조하는 제품으로 가끔 중고장비나 데모장비를 새 장비인 것처럼 판매를 하는 업자들이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막상 곤욕을 치룬건 크라이오셀 제조사인 SJ무역이었다. 지금까지 폭리를 취한 것이냐며 계속 울려대던 전화에 사장은 머리가 깨질 지경이었다.
SJ무역 전향희 사장은 "M의료기기 업체가 크라이오셀의 국내 총판매권을 소유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모두 거짓"이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M 업체에는 크라이오셀을 제공하고 있지않아 공동구매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전 사장은 이번 공동구매와 관련해 "너무 싼 가격을 제시하는 공동구매는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카피한 기기를 정품으로 속여 판매하려 하거나 중고장비를 새 장비로 속여 판매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편 최 원장은 M의료기기 업체를 사이버 수사대에 신고할 예정이다.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에 공동구매 글을 작성하지 않았다고 '오리발'을 내밀고 있기 때문이다.
최 원장은 "공동구매 원글을 삭제하자 이젠 증거있냐는 식으로 뻔뻔한 거짓말을 하는데 신고의 필요성을 느낀다"며 "6개월간 강연을 해준 '선의'를 '악의'로 갚았다"고 비판했다.
M 업체가 오리발을 내밀자 SJ무역도 삭제된 공동구매 원글을 캡쳐한 자료를 기자에게 보내왔다.
SJ무역 전 사장은 "지난 7일 식약청이 크라이오셀을 카피한 기기를 단속한 사건에 앞서 공동구매 사기극이 일어나는 등 연이어 악재가 터져 속상하다"며 "더 이상의 피해자가 없게 사실 관계만이라도 밝혀줄 것"을 당부했다.